제11대 중종대왕 어제시
중종실록 80권, 중종 30년 9월 19일 정축 2번째기사 1535년 명 가정(嘉靖) 14년
어가가 천수정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에 어제시를 내리다
진시(辰時) 초에 어가가 출발하여 천수정(天壽亭)에 이르러 소주정(小晝停)하고 영의정 김근사(金謹思)와 좌의정 김안로(金安老)를 불러 전교하기를,
"옛부터 군신(君臣)이 서로 시를 지어 주고받는 일을 또한 그르다고 했다. 그러나 옛날에도 어제시(御製詩)가 있었으니, 조신(朝臣)들이 어찌 그것을 보지 못했겠는가. 내가 평소에 시 짓기를 좋아하지 않으나 천재일우로 이 고도(古都)에 행행하게 되었고 이미 제릉(齊陵) 참배를 끝내고 오늘 환궁하는 길이니 기쁨을 감당키 어렵다. 이곳에 도착하여 보니 장차 벽 좌우에 비(飛)자로 운(韻)을 달아 지은 시를 많이 써 놓았으니 이 운(韻)에 따라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내 회포를 보인다.
천봉 만학은 구름이 나는 듯한데
송경에서 닷새 묵고 오늘에야 돌아가네
먼 산빛 바라보니 비단 요를 깔아놓은 듯
관광지는 그대로인데 사람은 옛사람이 아니로세"
하였는데, 근사 등이 받들어 읽고 아뢰기를,
"무사히 능침을 참배하고 고도를 순행하셨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기뻐합니다. 오늘 환궁하시게 되어 성상의 마음이 즐거우셔서 친히 시를 지어 보여주시니 신들의 기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였다. 오시 초에 대가가 친경천(親耕川)에 도착하여 대주정(大晝停)하고, 미시 정각에 통제원 숙소(宿所)에 도착하여 양주(楊州)·파주(坡州)·장단(長湍)·고양(高陽)의 노인과 효자들에게 음식을 먹였다.
중종실록 80권, 중종 30년 9월 19일 정축 2번째기사 1535년 명 가정(嘉靖) 14년
어가가 천수정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에 어제시를 내리다
○辰初, 動駕, 至天壽亭小晝停。 命招領議政金謹思、左議政金安老傳曰: "自古君臣唱和, 亦云非矣。 古有御製, 朝臣豈得不見也? 子平時不好製詩, 幸此古都, 千載一幸, 旣拜齊陵, 今日還宮, 喜何堪焉? 到此亭壁, 左右多寫飛字韻。 因步此韻, 以示予懷。" 詩曰: "千峯萬壑似雲飛, 五宿松京今日歸。 望遠山光鋪錦褥, 觀光皆是古人非。" 謹思等, 奉讀而啓曰: "無事拜陵, 巡幸古都, 衆心歡悅, 今日還宮, 聖心喜豫, 以示御製。 臣等之心何極?" 午初, 大駕到親耕川大晝停, 未正, 到通濟院宿所, 饋楊州、坡州、長湍、高陽老人、孝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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